무기명 장기債 만기상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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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채 증권금융채 중소기업구조조정채 등 무기명 장기채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기때 상환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원리금을 상환받으면 합법적으로 상속이나 증여를 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국세청의 주요 감시 대상자 리스트에 오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무기명 장기채는 고용안정채권 8천7백34억원(원금기준), 증권금융채권 2조원,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1조원 등 모두 3조8천여억원이다.
5년치 이자까지 포함할 경우 총 규모는 5조2천억원에 달한다.
세 가지 채권 모두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이미 고용안정채권 1,2차분은 지난 6월29일과 7월29일 각각 만기가 됐다.
증금채는 오는 10월31일, 중소기업 구조조정채권은 12월31일이 각각 만기다.
무기명 장기채는 만기 후 1년이 지나면 이자가 없고 5년이 지나면 원금도 내주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무기명장기채 보유자들은 앞으로 1년, 아무리 길어도 5년 안에 원리금 상환을 신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아 넘겨야 한다.
거액 자산가들을 전담관리하는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킹(PB) 지점장은 "무기명 장기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녀들에게 합법적으로 증여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문제는 자녀들중 상당수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또래여서 자녀들 이름으로 원리금을 상환받으면 자신들이 국세청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이 자금출처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다"며 "최근 들어 무기명 장기채를 어떻게 할지 상담해 오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고용안정채는 원리금 상환신청률이 1차분 75%, 2차분 67%에 머물고 있다.
신청금액은 1차분 3천5백11억원(원금기준)중 2천6백9억원, 2차분 5천2백23억원중 3천4백72억원 수준이다.
무기명 장기채의 유통가격도 급락하는 추세다.
한때 프리미엄이 20% 이상 붙어 1만원짜리(원금기준) 채권이 1만6천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1만5천원대로 내려앉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