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유상증자안이 부결된 후 하나로통신의 한 직원은 주주들을 사공에 비유하며 회사 장래를 걱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주요 주주들의 힘겨루기로 결국 허송세월만 보낸 꼴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작년 말부터 추진됐던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는 하나로통신을 인수하려는 LG그룹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실권주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LG와 이를 저지하려는 삼성전자 SK텔레콤 간 갈등으로 결국 유상증자안이 무산됐다. 회사 정상화안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당장 오는 22일 만기가 돌아오는 1억달러 규모의 해외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처리해야 한다. 또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만 3천9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주요 대주주들이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말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간 이해 관계를 들여다 보면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LG는 하나로통신을 기반으로 한 통신사업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SK텔레콤은 LG가 그림을 완성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하나로통신 주식을 파는 게 최대 목표인 것 같다. 한 직원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통신의 절대 강자인 KT와의 경쟁은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나로통신 주주들은 그동안 서로를 견제하며 나름대로 작은 승리를 맛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하나로통신은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 배가 좌초되면 승객은 물론 사공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