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가전매장에 '땡처리 바람'이 거세다. PDP TV를 비롯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고급 가전제품들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창고에 재고가 쌓이자 일부 가전업체가 주요 백화점 매장에 잠시 진열됐던 상품을 출고가를 밑도는 값에 처분하고 있다. 할인율은 최고 40%에 달한다. PDP TV를 정상가보다 5백만원이나 싸게 팔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들어 본점 잠실점 노원점 청량리점 안양점 등 5개 점포에서 'LG전자 진열품 대공개'란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판매상품은 길게는 2,3개월,짧게는 2,3주 동안 백화점 매장에 진열됐다가 팔리지 않아 창고에 보관해뒀던 것. 포장만 뜯겨져 있을 뿐 신상품이나 다름없다. PDP TV 60인치(HD급)의 경우 판매가격이 1천1백41만원으로 정상가(1천7백만원)보다 5백만원 이상 싸다. 84만원짜리 트롬세탁기(7.5kg)도 30% 할인된 58만8천원에 판다. 롯데 잠실점은 이번 행사를 위해 1억3천여만원 상당의 물량을 준비했는데 판매액이 이미 8천만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서울 압구정동 본점과 천호점에 이어 미아점(8∼14일),무역센터점·신촌점·목동점(12∼17일) 등에서 'LG전자 진열상품 특별개방전'을 연다. 대상은 PDP TV,프로젝션 TV,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이다. 정상가격이 1백50만원인 디오스 냉장고 6백ℓ짜리는 40% 할인된 89만원에 선보인다. 휘센 에어컨(정상가 2백77만원)도 24% 할인된 2백10만원에 판매된다. 현대는 매장에 없는 물건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품목 리스트를 마련해 놓고 LG전자 용인 물류창고에서 바로 배송토록 할 계획이다. 가전사와 백화점이 20∼40%나 되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진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불경기로 창고에 재고가 쌓이자 일부 가전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물량을 털어내고 있다고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A백화점 가전 담당 바이어는 "작년만 해도 '디지털가전 대전'과 같은 판촉행사를 통해 신상품을 5∼10% 싸게 팔면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는데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포장이 뜯겼다는 점만 개의치 않는다면 신상품이나 다름없는 제품을 20∼40%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