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점검-2003 노동계 夏鬪] (2) 철밥통 대기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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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회사측으로선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노·노분쟁의 불씨가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추세다.
'노조의 기득권 사수→임금 상승→일자리 감소→실업증가와 경제난 악화'의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실업문제의 핵심 원인은 노조의 이기주의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로막는 각종 법과 제도"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고용시장 왜곡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의 신규채용은 지난해 말 뽑은 6백명이 전부다.
그나마 정규직은 3백6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백40명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채용한 생산부문 비정규직은 무려 8천여명.인력용역회사 소속의 파견직인 이들은 현재 현대차 공장 전체인력 3만9천여명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3차 사내하청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1만5천여명에 이른다.
현대중공업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선호,비정규 근로자가 1백44개 업체 1만여명(작년말 기준)에 달한다.
정규직의 거의 절반수준이다.
현대중 노사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별도 합의안을 통해 2004년 5월말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안정 협약서를 체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환위기때 무급휴직한 2천여명을 전원 복직시키면서 신규채용 여력이 없었다"며 "특히 불황기에 불가피한 인력조정을 위해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생산현장 고령화 심각
이렇게 되다 보니 생산현장 근로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평균 연령이 38세.단순 조립라인 근로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8세는 이미 고령화에 접어들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갤로퍼를 만드는 현대차 5공장의 경우는 평균연령이 46세다.
현대중공업 생산현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무려 42세.SK㈜ 울산공장 생산직의 평균 연령은 39세로 노조측은 회사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일자리를 보장받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0년 31.5세였던 5인이상 제조업체 근로자 평균연령은 2002년 36.3세로 급격히 높아졌다.
55세이상 노령층 비중도 같은기간 3.01%에서 6.88%로 두배이상 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고령·고임금 인력이 많으면 회사측으로선 신규채용을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며 "이렇게 고용 유연성이 경직되면 외국 기업들도 대한(對韓)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비정규직·청년실업층과 대기업 정규직간 갈등 확대
대기업 노조의 보호막 아래 있는 '중장년층 노동귀족'과 비정규직,청년 실업층간 갈등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유길상 박사는 "노동시장이 경직됨에 따라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가 생겨나고 있다"며 "인사이더인 대기업 취업자와 아웃사이더인 영세사업장 취업자,구직자의 사회적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면 사회문제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는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지면 기업은 신규 고용을 꺼리게된다"며 "졸업자들을 기업이 흡수하지 못한다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성장 기반과 잠재력을 훼손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