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해태제과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빙그레는 김호연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해태제과 인수를 은밀하게 검토해왔으며 최근 인수 방침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7일 "해태제과의 주주인 UBS컨소시엄이 최근 들어 모건스탠리증권을 주간사로 해 홍콩에서 매각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인수에 적극 나서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 6월20일자 A18면 참조 빙그레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 빙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와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돼 인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매각 주체인 UBS컨소시엄은 한국 업체를 배제한 채 외국 대형 식품회사만을 대상으로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는 이에따라 국내외 투자은행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 경쟁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빙그레,왜 관심 갖나 빙그레가 해태제과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재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 확보,최대 수익원인 빙과사업의 시너지 효과,외국사 인수시 위기감 등이다. 특히 성장동력 확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해 5천5백억원대였던 매출을 2005년까지 1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외형 확대가 절실한 실정이다. 빙그레는 우선 해태제과의 전 사업부문을 인수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나 최소한 빙과류만은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빙과사업은 빙그레의 최대 수익원으로 해태제과를 인수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와 해태제과의 빙과 매출은 지난해 각각 2천억∼2천1백억원 수준으로 두 회사를 단순 합산하면 롯데제과와 롯데삼강을 합한 외형(4천억원 수준)과 맞먹게 된다. 특히 해태제과가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외국 대형 식품사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해태제과가 외국사에 넘어가면 빙그레의 빙과사업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꾸준한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으로 꼽힌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5년간 서울 압구정동 본사 사옥을 매각했고 적자사업인 라면 사업도 정리했다. 그 결과 외환위기 당시 4백%를 웃돌던 부채비율은 1백% 아래로 떨어졌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남양주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국내외 투자은행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 경쟁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UBS,한국업체 배제 '논란'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는 현재 홍콩지사에 데이터룸을 개설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6월 롯데제과 동양제과 등 한국 업체들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가격 차이가 커 중단했다. 최근 홍콩에서 자금력이 막강한 외국계 업체로만 인수 대상을 한정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가 해태제과 매각과 관련,접촉 중인 외국계 기업은 네슬레 나비스코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UBS컨소시엄은 매각 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국사만을 매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태제과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채권 은행에서 8천억원 이상을 출자전환해 부채를 크게 덜어줬다"며 "인수에 관심이 있는 국내 업체들에도 공정한 경쟁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