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점검-2003 노동계 夏鬪] (2) '대기업노조는 철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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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정규직 신규채용은 지난해말 뽑은 3백60명이 전부다.
노조는 매년 임단협을 통해 고율의 임금인상과 함께 일자리보장을 강화해 왔고 회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정규직 채용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 대신 생산현장의 인력수요를 임시ㆍ일용직(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노조들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량해고를 겪은 다음부터 일자리 보장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대한상의의 이현석 상무는 "노동자의 일자리보장 요구는 당연하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의 경우 매년 고용보장협약을 갱신해 온 결과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5일 타결된 올해 노사 임단협에서 그동안 모호하게 돼 있던 정년보장을 '58세까지 보장'으로 못을 박음으로써 거의 공무원 철밥통 수준으로 일자리 보장을 확고히 한 셈이다.
이번 임단협에 따라 현대차는 노조와의 공동결정을 거치지 않고는 사실상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게 됐다.
◆ 고용시장 왜곡
경기부침에 상관없이 정규직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는 회사측은 비정규직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외환위기 이후 채용한 생산부문 비정규직은 8천여명.
인력용역회사 소속의 파견직인 이들은 현재 현대차 공장 전체인력 3만9천여명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비정규직도 채용의 한 형태이지만 이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저임금에다 일자리 보장도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노ㆍ노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노조의 기득권 사수→임금 상승→신규 일자리 감소→실업증가 및 사회불안'의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과도한 정년연장 등 노조의 일자리지키기가 기득권 수호로 흐를 경우 노동시장 유연화를 가로막고 실업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 생산현장 고령화 심각
이렇게 되다 보니 생산 현장 근로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평균 연령이 38세.
단순 조립라인 근로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8세는 이미 고령화에 접어들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갤로퍼를 만드는 현대차 5공장의 경우는 평균연령이 46세다.
현대중공업 생산현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무려 42세.
SK㈜ 울산공장 생산직의 평균 연령은 39세로 노조측은 회사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일자리를 보장받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990년 31.5세였던 5인이상 제조업체 근로자 평균연령은 2002년 36.3세로 급격히 높아졌다.
55세이상 노령층 비중도 같은기간 3.01%에서 6.88%로 두배 이상 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고령ㆍ고임금 인력이 많으면 회사측으로선 신규채용을 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며 "이렇게 고용유연성이 경직되면 외국 기업들도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 비정규직ㆍ청년실업층과 대기업 정규직간 갈등 확대
대기업 노조의 보호막 아래 있는 '중장년층 노동귀족'과 비정규직, 청년 실업층간 갈등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유길상 박사는 "노동시장이 경직됨에 따라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가 생겨나고 있다"며 "인사이더인 대기업 취업자와 아웃사이더인 영세사업장 취업자, 구직자의 사회적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는 "기존인력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지면 기업은 신규 고용을 줄이게 된다"며 "졸업자들을 기업이 흡수하지 못한다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성장 기반과 잠재력을 훼손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