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컴퍼니-(2) 소비산업] 주류 : 진로 "9개社 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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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9. 2003년 8월 현재 국내 소주시장의 판도다.
진로 혼자서 9개 경쟁업체와 대결하는 양상이다.
진로는 수적으로 열세다.
하지만 전투 결과는 언제나 진로 우세다.
시장점유율이 그것을 말해준다.
올 상반기 진로 54%,9개 소주사 46%.진로가 "다,나와!"라고 외칠만한 성적이다.
특히 법정관리라는 치명타를 입고서도 9명의 상대를 압도했다.
법정관리로 진로의 아성에 금이 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진로가 도깨비인지,나머지 소주사들이 무능한 것인지 헷갈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진로의 상징은 두꺼비가 아니라 도깨비라는 한 주류업계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로는 점점 더 난공불락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영생하는 브랜드는 없다지만 현재로선 진로브랜드를 꺾을 만한 불새의 등장은 요원하다.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진로는 잠시 휘청했으나 금세 전열을 가다듬고 영업전선을 장악했다.
현재도 법정관리하에 있지만 영업상으로 전혀 법정관리로 깊은 상처를 입은 기업 같지 않다.
통계는 더욱 그렇다.
진로는 올 상반기 27만8천8백64㎘를 팔았다.
업계가 인정하는 통계자료다.
작년 상반기 판매량은 25만9천8백82㎘였다.
올해가 작년보다 7.3%나 늘었다.
진로의 성장률은 전체 시장 성장률을 웃돌았다.
전체 소주시장은 5.0% 증가했다.
판매 신장 덕분에 시장점유율도 작년 상반기의 52.8%보다 1.2%포인트 늘어난 54.0%에 이르렀다.
전국 팔도에 진로의 '참이슬'에 젖지 않은 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수도권의 점유율은 심하다고 할 정도로 진로가 판을 친다.
지난해 90.7%에서 올 상반기 92.1%로 높아졌다.
서울 수도권 일대는 '진로왕국'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이슬 하나로 진로는 법정관리의 한계를 넘어 점차 넘보기 힘든 제국을 쌓아 나가고 있는 셈이다.
법정관리라는 악재 속에 진로가 승승장구하자 경쟁업체들의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과 진로노조의 생산 거부,일부 주류 도매업자의 이탈 등의 호재를 이용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의 목소리다.
기업경쟁 속에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기 일쑤다.
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법정관리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면서 경쟁업체들은 소주시장 판세가 뒤집히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일부 업체들은 마케팅을 강화하고 진로측에서 이탈한 일부 주류 도매상을 붙잡아 점유율 확대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진로가 휘청일 때를 이용할 만한 응축된 힘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호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많다.
지방소주사들은 힘 한 번 써보지도 않고 지방소주사로 남는데 만족했다.
아예 서울 수도권으로 진군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삼국시대 호족세력과도 같았다.
진로 외 소주시장의 판도는 대체로 안정돼 있다.
금복주가 2위다.
상반기 동안 5만3천2백18㎘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5만1천5백79㎘를 팔았었다.
점유율은 10.3%.지방소주사 중 두자릿수를 기록한 유일한 주류 기업이다.
3위는 대선.4만4천6백19㎘로 8.6%를 차지했다.
작년에 비해 6.3% 증가했다.
그 뒤를 무학이 바짝 쫓고 있다.
4만3천6백67㎘를 팔아 8.5%를 기록했다.
5위는 보해.3만5백62㎘로 5.9%였다.
6위는 두산의 산소주.2만9천3백88㎘로 판매량이 떨어졌다.
작년 상반기에는 3만3천5백99㎘였다.
점유율은 5.7% 수준이다.
12.5%가 오히려 준 규모다.
7위는 선양으로 3.2%,8위는 하이트주조(1.5%),9위는 한라산(1.4%),10위는 하이트소주(0.9%)였다.
"진로가 법정관리하에 있건,제3자에게 팔리건 시장파워는 경쟁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세졌다.진로가 깨지면 모를까.진로의 아성이 당장 무너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한 주류업계 임원의 진단은 2003년 8월의 소주시장 판도를 생생하게 반영하는 증언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