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사장 홍원식)은 국내 조제분유(유아용 분유)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적 기업이다. 국내에서 분유 시장이 형성된 것은 1964년 남양유업이 '남양분유'를 생산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내 분유는 미군 PX에서 불법 유출되거나 밀반입된 미국산 분유와 일제 분유가 전부였다. 그나마 집안 구석에 숨겨 놓고 아기가 허약해 보일 때 조금씩 먹일 정도로 귀해 '금유(金乳)'라고 불리기도 했다. 따라서 남양유업이 이뤄낸 분유 국산화는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당시 남양분유를 먹고 자란 첫 세대가 바로 '386세대'다. 남양유업은 96년부터 '아기사랑'을 조제분유 주력 제품으로 육성해 왔다. 아기사랑은 아기가 눈 뜨고 수영을 하는 TV CF가 크게 어필하면서 국내 분유의 최고 브랜드로 성장했다. 매년 2백50만캔 이상이 판매되며 지금까지 3천만캔 이상이 팔렸다. 최근에는 프리미엄화에 맞춰 '임페리얼 드림 XO'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남양유업에는 분유 외에도 장수 베스트셀러 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불가리스 이오 아인슈타인 니어워터 프렌치카페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남양유업의 제품들이 막강한 시장 파워를 갖는 것은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의 욕구를 철저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호평받고 있는 '우유속 진짜과즙 듬뿍' 시리즈가 좋은 예다. 젊은층이 흰우유(백색시유)보다는 과즙음료를 선호한다는 사전 조사에 따라 '과즙 듬뿍'을 마케팅 컨셉트로 삼은 것이 적중했다. 전반적인 우유 소비 침체 속에서도 올 들어 출시 초기에 비해 3백%의 매출 신장을 이뤄내고 있다. 남양유업은 '없는 것이 많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사옥이 없고 부채가 없으며 노사분규와 적자가 없는 회사다. 또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오너의 친인척이 사내에 한 명도 없으며 계열사가 없고 명예퇴직자가 없다. 대신 많아야 할 것은 그 어떤 기업보다도 많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천3백29억원,시가총액 대비 비율 80%로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회사측은 제품력,고객과 커뮤니케이션 등 사업의 핵심 외에는 한 눈을 팔지 않겠다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내년에 유가공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