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중앙은행과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한 듯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소리에 채권시장이 혼동을 일으킨 것은 아닐까? 지난 6월에는 FRB가 디플레 방지를 위해 국채를 매입,시중에 자금을 공급할 것이란 얘기가 전해지면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45년래 최저치인 3.1%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지난 6월25일 FRB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1.0%로 낮추자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은 금새 '팔자'쪽으로 선회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7월15일 의회 증언 역시 파괴력이 대단했다. 그는 향후 경제 성장에 자신감을 보였고,국채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은 또 돌변했다. 다음날 그린스펀 의장이 "국채 매입을 적극적인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며 다소 완화된 표현으로 시장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채권수익률은 이날 4%까지 치솟았다.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FRB가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비판이다. 멜빈 카라우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그린스펀 의장이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평가했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는 근본적 이유는 물론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금리가 갑자기 급등하는 것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라일 그램리 전 FRB 이사는 "10년물 기준으로 국채 수익률은 3.5% 수준이 적당하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부풀어오르는 점도 주의할 대목이다. 백악관은 올해 4천5백50억달러,내년에는 4천7백50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채권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채권 수익률 상승)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은행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마저 한꺼번에 '팔자'에 나서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의 장애를 일으킨 장본인은 누구인가? 채권 딜러들인가,아니면 FRB인가? 정답은 두 당사자들 모두다. FRB 정책 당국자들은 지난 6월 시중 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디플레를 경고,투자자들을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갔다. 사석에서나 공개 석상에서 FRB 관리들은 "장기 금리를 낮추는 게 좋으며,국채를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던 것이다. 채권 투자자들이 FRB의 의중을 과도하게 해석한 부분도 없지 않다. 디플레 위험은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그린스펀 의장이나 FRB 관리들이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투자자들은 이같은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FRB가 디플레 방지를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하고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로렌스 마이어 전 FRB 이사는 "일련의 사태는 시장 참가자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건 간에 채권시장이 FRB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 FRB가 보내는 신호를 시장이 잘못 해석하도록 만든다면 큰 위기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이 점을 간과하면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실린 'The FED Can't Afford A Bond Market Without Faith'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