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거울속으로' .. 진짜와 거짓 섬뜩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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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요/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왼손잽이오…'(이상의 시 '거울' 중에서).거울 속의 나는 모순적 존재다.
자신과 동일인이긴 하지만 정반대의 대칭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허상이다.
그래서 거울은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성호 감독의 '거울 속으로'(제작 키플러스픽쳐스)는 거울의 이런 양면성을 세심하게 포착한 심리스릴러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영화 '현기증'의 뼈대에다 거울 공포란 소재를 도입해 현대적인 공포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현기증'의 형사 스카티는 동료의 추락사로 인해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다가 퇴직한 뒤 살인사건에 휘말렸다.
'거울 속으로'의 백화점 보안실장 우영민(유지태)도 마찬가지다.
그는 형사시절 거울에 비친 범인을 진짜로 착각하는 실수 때문에 동료를 잃고 거울 공포증에 시달리다가 퇴직했다.
스카티나 우영민의 공포증이 그들의 후원자들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된다는 점에서도 흡사하다.
다만 이 영화는 거울속 세계에서 환상과 유령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현기증'과 다르다.
우영민이 지닌 거울 공포의 본질은 환상과 실체의 혼돈에서 비롯되는 정체성 상실이다.
그는 범인 추적 중 '거울 속의 또 다른 나'와 끊임없이 대면하면서 허상을 믿는 순간 죽음이 다가왔던 경험 탓에 괴로워한다.
상반된 두 개의 자아는 극히 혼란스럽고 두려운 존재들이다.
우영민과 하 형사(김명민)간의 갈등도 거울의 대칭성을 상징한다.
우영민과 달리 하 형사는 거울속 세계를 부정하는 인물이다.
둘의 대립은 곧 환상과 현실의 충돌이다.
쌍둥이 자매(이혜나 1인2역)도 현실과 욕망의 대립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다.
카메라는 거울 속과 바깥을 넘나들며 진짜와 거짓이 교차하는 혼돈상을 제시한다.
또 두 개의 거울을 연결해 공간의 깊이를 실제보다 확장시킨다.
공간 왜곡이 정체성 혼돈을 야기하는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보이는 것만 믿는' 합리성의 세계에 있는 정통 스릴러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비합리적인 공간에서 해결(범인 추적)의 실마리를 구하기 때문이다.
동어반복식 불필요한 장면들이 여러 군데 나오는 것이 이 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유지태의 굳은 표정도 눈에 거슬린다는 평이다.
14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