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kdu.edu 백인중심의 미국사회에서 흑인을 중심으로 한 소수계 인종의 민권운동이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유능한 민권운동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또 흑인들의 민권운동에 동정적인 백인 민권운동가들의 협조가 큰 몫을 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뒤에서 인종통합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국 대기업들의 역할이 큰 몫을 했다는 사실은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미국에서 흑·백인의 통합을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은 흑·백인 학교의 통합에서부터 시작됐다. 많은 기업들도 이 노력에 동참했다. 기업들은 인종통합을 거부하고,그로 인해 인종분규가 심한 지역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실천했다. 외부의 기업유치에 노력하던 지방의 여론도 인종통합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나는 미국의 대기업이 인종통합에 실제로 기여한 예를 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교편을 잡고 있던 테네시대학교 마틴캠퍼스에서 10마일 거리에 있는 유니언시티라는 소도시가 미국 최대규모의 '굿이어 타이어 공장'을 유치하려고 노력할 때였다. 굿이어는 그 시에 요구하기를,만일 그 시가 흑인학생들과 백인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인종통합 고등학교를 세운다면 그 도시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그 시는 큰 공장을 유치하려는 욕심에서 굿이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고,마침내 그 시는 인종통합 고등학교를 세우게 됐다. 이런 실례는 수없이 많지만,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에 관한 것을 가장 단적으로 표현한 사례는 1960년대 말 테네시주 녹스빌시의 녹스빌상공회의소가 천명한 성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녹스빌상공회의소는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도 도덕적으로 옳아야 채산성이 높다(What is morally right is economically sound)"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기업들도 기업의 윤리성을 기업의 '투명성'에만 국한시키지 말고,한단계 승화한 사회의 도덕성 회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줬으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