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국립극장 오페라단의 외국인 예술감독영입으로 야기된 갈등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국립극장 오페라단은 지난 7월 1일 일본 성악계와의 줄기찬 불화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출신 연출가 토마스 노보라드스키(Thomas Novohradsky)를 예술감독으로 공식 임명했다. 6월 19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다수가 그의 취임을 찬성했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는 물론 없다. 임기는 금년 10월 1일부터 2006년 6월 30일까지. 지난 1997년 주로 서양 및 현대 공연예술을 위해 건립된 신국립극장은 오페라하우스와 무용.연극용 소극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간 예산은 약 80억엔으로, 이중55억엔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 극장의 예술감독은 일본인들이 맡아왔다. 오페라단의 경우 처음 여섯 시즌은 일본의 양대 오페라단인 니키카이 오페라단과 후지와라 오페라단의 임원중에서 임명됐으며 이들은 일본 성악가의 양성에 주력했다. 그러나 극장 경영진은 오페라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구미인 예술감독의 영입이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2001년 6월 빈 국립가극장 제작부장 출신의 노보라드스키를예술자문으로 영입했다. 그는 이미 1999년부터 신국립극장 오페라단의 업무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노보라드스키는 1980년 빈 음악연극학교를 졸업했으며, 빈 국립가극장, 밀라노라스칼라 극장, 잘츠부르크 축제 등에서 조연출로 활동하던 중 일본과 인연을 맺게됐다. 그가 예술자문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이미 일본 성악계와의 갈등은 시작됐었다. 노보라드스키는 공연 수준의 향상을 위해 주로 유명 외국인 성악가들을 기용하려 한반면 일본 성악가들은 신국립극장의 임무 가운데 하나가 국내 성악가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왔다. 신임 예술감독 선임 전날인 6월 18일에는 7개 주요 오페라단으로 구성된 일본오페라협회가 노보라드스키의 경영방식을 비판하는 서한을 극장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노보라드스키는 한 기자회견에서 도쿄(東京)가 빈, 밀라노, 뉴욕처럼일류 오페라 도시가 되면 안되는가? 외국인 유명 성악가들을 초청해 공연의 질을 높이는 것이 왜 나쁜가 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는 차기 시즌의 입장권 예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관객들이 자신의 경영방식에 호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악계 일각에서는 도쿄처럼 오페라 관객층이 얕은 도시를 빈이나 밀라노와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며, 초청 성악가선정의 객관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보라드스키와 일본 오페라계의 갈등은 '임명 강행'에 따라 일단 봉합된 셈이지만 노보라드스키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003-2004시즌(올 9월부터 내년 6월)에 예정돼 있는 '카르멘' '아이다' '토스카' '신들의 황혼' 등 10편의 오페라에는 베른트 바이클, 볼프강 브렌델 등 유명 서양 성악가들이 출연자 명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몰라도 예매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일본의 음악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국립극장의 한 관계자는 "국내 오페라계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대화의장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수준 향상을 위해 외국인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쿄의 한 클래식음악 기획사 대표는 "정부가 확실한 방침을 정해야 한다"면서"유명 외국인의 출연 등을 통한 관객유인과 국내 성악가 양성을 위한 장기 프로그램수립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