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1백9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상최대 주가조작 사건은 구조조정전문회사(CRC)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CRC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기여한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머니 게임에 연루된 사례 또한 적지않다는 점에서 차제에 보다 근원적인 제도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CRC는 이번 사건뿐 아니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용호 게이트'와 최근 적발된 신광기업과 광덕물산의 주가조작 등에도 연루돼 범죄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꼴이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시의 독버섯' '복마전'이란 비난까지 하고 있는 판이다. CRC가 범죄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적은 자금으로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데다 구조조정을 빌미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고 주식시세 조종 역시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상장사 중에도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이 적지 않고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은 별로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CRC가 해야 할 역할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회생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한탕을 노려 주가조작을 일삼는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우선 현재 70억원으로 돼있는 설립자본금 요건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도 인수하기 쉽지 않은 자금규모로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채나 조직폭력배 자금 등의 유혹을 외면하기 어렵다. 이는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계 내부의 구조조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CRC회사가 인수한 기업의 주식은 일정 기간 동안 매각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등록 관리는 산자부,자금지원 결정은 중소기업청,자금집행은 중소기업진흥공단,감독은 금감위 등으로 산만하게 나눠져 있는 정부 관리체계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