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만 고민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데 올 하투에는 무려 6개월여간을 현대차 본사와 협력업체의 릴레이 파업에 휘말려야 했습니다". 현대차 CEO인 김동진 사장은 노조와의 협상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해외현지 공장 점검은 아예 포기한 상태다. "2010년 글로벌 톱 5"의 자동차메이커로 현대차를 발전시켜야하는 그의 책무는 울산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신경도 못썼다. 그는 현대가(家)의 사람들이 총집결한 서울아산병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빈소는커녕 8일 열린 영결식에도 못갔다. 이날도 울산에서 임·단협안 노조찬반투표 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김 사장은 "가장 맘에 걸리는 건 한국의 CEO들이 노사협상에 매달리는 사이 다른 글로벌 경쟁메이커들은 그만큼 여유를 갖고 시장에서 뛴다는 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기업들은 참여정부에서 처음 겪는 올 하투에서 기진맥진한 상태다. 첫 산별교섭으로 홍역을 치렀던 금속노조 사업장인 위니아만도의 황한규 사장은 "지난달은 화요일엔 중앙에서 산별교섭,수요일엔 개별 지회교섭,목요일엔 지역별로 지부교섭 등 세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 임·단협에 매달리느라 입술이 부르텄다"고 말했다. 노조운동이 과격해지면서 노무담당자들이 노조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자동차 차체 등을 생산하는 S테크(충남 아산)의 C모이사는 "지난해 여름 파업을 벌이던 노조원들로부터 임원들이 폭행당한 적이 있다"며 "폭행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고 해고된 노조원들이 올해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에서 노무관리는 최근 '3D 업종'으로 떠올랐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다가 중간에 여름 휴가를 간 대신 관리직은 휴일까지 반납하고 비상근무를 했을 정도다. "노무전담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철야근무를 밥먹듯이 하는 노무관리를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해서 승진전보를 해준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었을 정도입니다."(L사의 K모 사장). 정구학.하인식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