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증시] 국채수익률 따라 '월街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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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이 월가 분위기를 좌우했다.
월가는 지난 한 주 내내 국채 수익률의 향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4일 다우 지수가 1백50포인트나 떨어지면서 한 주를 무겁게 출발했던 것도 국채 수익률이 뛴 탓이었다.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조달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기 회복세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강하면 국채 수익률이 소폭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안될 수 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경기가 상승 무드를 타는 듯하지만 고용이 확연하게 늘지도 않고 기업 수익도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시장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증시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 주 중반부터 국채 시장은 안정됐다.
10년짜리 국채 수익률은 지난 7일 연 4.37%에서 4.28%로 떨어졌다.
다우 지수는 그 덕에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이어가 주 초 하락세를 어렵게 만회했다.
반면 기술주들은 한 주 내내 맥을 못췄다.
나스닥 지수는 세계 최대 컴퓨터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매출이 예상치를 뛰어넘지 못하면서 주간 단위로 4.2% 하락,1,644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야속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6월25일 단기금리(연방기금금리 기준)를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못미치는 0.25%포인트 밖에 낮추지 않은 데 대해 우선 실망했다.
게다가 6월25일 금리조정 회의 직전에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했다가 직후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경기상태에 대해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이것이 국채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시장 금리를 뛰게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래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또 그린스펀 의장에게 쏠리게 됐다.
12일 연방공개시장 위원회(FOMC)회의가 열린다.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연 1% 유지가 유력하다고 본다.
그린스펀 의장이 단기 금리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경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일 그램리 전 FRB 이사는 "FRB의 경기 판단이나 정책 방향이 조금 더 분명해져야 한다"며 "그래야 채권 시장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도소매물가 산업생산 등도 발표된다.
도이치 자산관리의 조시 파이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소비가 확실하게 늘어나거나 경기 회복신호가 분명해질 때까지 주식시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주 월마트나 베스트바이(가전제품) 홈데포(주택개량용품 업체)가 오른 것을 보면 소비증가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좀 더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청신호가 나올 때까진 국채 수익률이 시장을 흔드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