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세인 고노 타로 일본 자민당 의원.고노 요헤이 전 자민당 총재의 아들이자 2선 의원인 그는 술을 못 마신다. 아니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사경의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의 일부를 떼 주어 간 기능이 보통 사람과 달라서다. 이런 그가 최근 주일 한국특파원들과 저녁 자리를 같이 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의원 등 젊은 정치인들이 함께 얼굴을 보였다. 고노 의원이 한국 기자들과 자리를 같이 한 것은 한·일 정치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해와 대화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비보도를 전제로 이날 식탁 위를 오고 간 내용은 기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역시 자민당 소속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외무성 정무차관을 지낸 그는 5월 초 한국특파원들과 얼굴을 마주 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그지만 도시락으로 떼운 저녁 식사 후 생맥주 한잔이 뒤풀이로 이어졌다. 현직 외교안보연구원장이 국정토론회에서 밝힌 "선진국에서는 기자들과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말이 화제다. 일반인들에 비해 세계를 보는 시야와 안목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은 고위 외교관의 지적이니 한국 사회가 몰랐던 사실을 깨우쳐 주는 현장 보고로 받아들이고 싶다. 술자리 때문에 취재원과 외부인들이 상처와 피해를 받았다면 지금이라도 언론계가 반성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술자리의 폐해와 부작용을 몽땅 언론계로 떠넘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술자리가 저녁 시간대의 만남인 점을 감안하면 해가 지고 난 이후에는 기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후진국이 아니다. 그래도 엘리트 젊은 정치인들은 술 마시는 외국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 기꺼이 참석해 건배를 제의한다. 어디까지나 국익을 위해서다. 취중 실언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지도급 인사들이 한국에는 적지 않다. 기자와 술을 마시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주장에 박수를 보낼지 모르지만 이들이 술자리에서 먼저 단속해야 할 것은 술에 취해 무너져 내리는 자신들의 추태와 실언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