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 내 대면(對面) 취재가 가로막힌지 6개월이 지나면서 전화취재가 청와대 담당기자들 사이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중요 취재원들 가운데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기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비교적 전화를 잘 받아주는 편에 속한다. 또 웬만하면 전화도 직접 받고,기자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을지는 몰라도 거짓대응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문 수석이 지난 9일 청와대 비서실의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A4용지로 넉장이 넘는 장문이다.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 관련 은폐·축소·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민정수석의 견해'라는 편지에서 문 수석은 비서실 직원들에게 두가지 문제를 자세히 설명했다. 문 수석은 "양 실장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어디까지 밝혀야 하는 걸까요"라며 대통령의 동기동창이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것을 밝히지 않은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못지 않게 개인의 사생활과 사적 비밀도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양 실장 문제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한 일을 설명하고 "결국 양 실장은 민정수석실이 문제 삼았던 내용이 뒤늦게 언론보도되어 옷을 벗게 됐는데,그가 금품수수와 청탁 등의 비리를 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민정수석실의 문제제기 때문에 옷을 벗게 된 셈이어서 참으로 그에게 미안한 노릇"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양 실장이 지난 4월 청남대 반환행사차 전날 먼저 청남대에 내려갔지만 일과 후 밤 시간은 그의 자유시간"이라는 대목에서는 양 실장이 언론보도의 희생양이라는 듯한 시각을 내풍겼다. 문 수석은 또 기자들의 취재 전화가 새벽부터 자정 넘도록 걸려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아무 때나 사생활 침해성 전화를 걸어온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전화로 새벽잠을 깨고 휴가중에까지 전화때문에 방해받았다는 게 문 수석의 주장이다. 그러나 불만 제기보다 '공인의 길'은 일반인보다 그만큼 엄격하고 힘들다는 점을 문 수석이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더구나 그는 사정당국의 최고 책임자 가운데 한명이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