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八仙過海와 핵심역량 .. 노용악 < LG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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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ro@lge.com
요리의 천국이라는 중국에서 함께 일하는 사원들과 모처럼 중국의 전통 요리를 맛보고자 베이징 시내의 한 요리점을 찾은 적이 있다.
70년이 넘도록 영업을 하고 있는 이 식당은 산둥요리 전문점으로,마오쩌둥과 호치민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당대 최고의 실력자들이 즐겨 찾았다는 곳이다.
전통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기대감으로 '관해청(觀海廳)'이라는 이름의 방에 자리를 잡은 우리 일행은 방 정면에 걸린 한 폭의 그림에 잠시 눈길을 빼앗겼다.
'팔선도(八仙圖)'라는 이 그림은 각기 다른 시대에 살면서 자연의 비밀을 연구하다가 불로장생하게 됐다는 도교의 전설적인 여덟 신선을 그린 것이다.
'팔선'은 중국의 여러 신선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인생에 있어 각기 다른 상태,즉 가난 부유함 귀족 평민 성년 청년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등을 각각 상징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특기를 가지고 있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 팔선과 관련해 중국인들은 "팔선과해 각현기능(八仙過海 各顯其能)"이라는 말을 특히 즐겨 사용한다.
이 말은 '8명의 신선들이 각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바다를 건넜다'는 뜻으로,각자가 자신의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동안 난관이란 존재하게 마련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영은 곧 끊임없는 난관과 역경의 극복과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럴때 난관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자신만이 가진 핵심역량일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팔선의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핵심역량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팔선과해'는 지금도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면 각자가 가진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파악해 보고 '각현기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내내 가슴을 치는 뜻깊은 그림 한 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