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옛 모습,개천가 주변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던 한국인의 생활상을 렌즈에 생생하게 담은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일본인 사진작가인 구와바라 시세이다. 그는 청계천 복개를 위해 콘크리트 교각이 세워질 무렵인 1965년부터 청계천의 모든 것을 찍었다. 서울 관훈동 김영섭사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에는 38년 청계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진 작품들이 출품됐다. 구와바라는 태평로에서 동대문까지 2km에 이르는 청계천 지역만 아침저녁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아침과 저녁에 청계천변 사람들의 생활 표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71년 6km에 달하는 청계천 고가도로가 개통된 이후에는 청계천을 찍지 않았다. 구와바라는 "당시 청계천에 사는 사람들이 여러 지방에서 모여들었다면 렌즈에 담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피난 와서 마땅히 정착할 곳이 없는 실향민들이 청계천 주변에 모여들어 하나의 집단촌을 형성했기 때문에 기록적인 의미에서 그 모습들을 담았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미발표작도 볼 수 있는 기회다. 9월18일까지.(02)733-6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