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개방 정책을 통해 세계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기 때문입니다.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정부의 확고한 신념과 추진 의지가 필요합니다." 김대중 정부때 초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통령 경제수석 등을 지내며 '개방 경제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한덕수 신임 산업연구원(KIET) 원장(54)은 "한 나라의 통상정책은 대외 문제인 동시에 국내 문제"라며 "국민의 반발을 아우르는 정부의 대내 조정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중 마늘통상 분쟁의 책임을 떠안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달 24일 15대 KIET 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한 그는 '개방 경제'에 대한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칠레와의 FTA를 추진한 당사자(98년 통상교섭본부장)로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국가 개방정책의 기폭제가 돼야 할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늦어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칠레는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원칙이 가장 잘 지켜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북·남미 경제통합이 가시화되는 당시 상황에서 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했습니다." -일본과 FTA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FTA 체결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다고 봅니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투자 확대와 외교적인 효과,동북아시장 선점 등의 열매가 클 것입니다." -현 경제상황을 '위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 결과 우리 기업과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는 탄탄해졌다고 봅니다.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K글로벌 사태 등 국내외 외풍을 큰 탈없이 흡수했다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무역수지 흑자기조도 유지되고 있고요. 미국 등 세계경제 회복과 노사문제 해결이 전제된다면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산업연구원 운영방향에 대한 구상은 어떻습니까. "정부와 민간 기업의 수요에 맞추는 연구에 주력하겠습니다. 전통산업과 차세대 성장산업을 융합한 연구분야 확충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글=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