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11일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이 긴급 체포되자 현대비자금 사건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옮겨붙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비자금이 2000년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유입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권 전 고문과 가까운 민주당 구주류 인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신주류 인사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동교동계인 이훈평 의원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니 지켜보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며 "만일에 그 돈이 여권에 선거용으로 유입됐다면 젊은 사람들에게 쓰라고 가지 않았겠느냐"며 은근히 신주류측을 겨냥했다. 박양수 의원은 "황당하다.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권 전 고문이 지난 총선 때 영향을 줄만한 행동을 안했는데 현대 비자금문제로 체포됐다니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이 권 전 고문을 긴급 체포한 데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16대 총선시 당 살림을 맡았던 김옥두 의원도 최근 "(총선자금 여권 유입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그 때처럼 깨끗하게 선거를 치른 적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권 전 고문은 한보사건과 '진승현 게이트'에 이어 세번째로 검찰에 소환되는 불운을 겪게 됐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