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삼성플라자 바로뒤 시네플라자 건물. 이 건물 6층에 '파인들'이라는 한우고깃집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이 고깃집은 분당의 명물로 등장한지 2년 가까이 됐다. 2001년 11월 식당 문을 열 당시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6층 전체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포함, 모두 15억원이 투자됐다. 점포 면적이 2백50평에 달하고 객석이 2백석을 웃돈다. 종업원도 20명이나 된다.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음식점인 셈이다. 음식점 사업자도 개인이 아니라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으로 출발했다. 자본금은 1억5천만원. 최대주주는 지금 파인들 대표를 맡고 있는 박충배 사장(47ㆍ여). 성남세무서 공무원들이 이상하게 여겨 음식점을 들렀을 정도였다. "법인이 음식점을 경영할 경우 운영상태가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에 세금 문제 등 좋을게 하나도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더군요." 박 사장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박 사장은 처음부터 '최고'를 지향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력인 한우고기는 물론이고 부수적인 식재료인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까지도 최고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런 장사철학 때문에 지금도 지배인과 갈등이 많다. "원가부담 때문에 남는게 없다"는게 지배인의 논리다. 그러나 박 사장의 원칙은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우선 한우고기가 전남 함평산이다. 목초를 먹여 키운다는 함평산 한우고기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최고로 친다. 등심을 기준으로 도매가가 kg당 1만7천∼1만8천원 정도면 일반적으로 A등급 고기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함평산 한우고기는 2만2천원에 공급된다. 'A+'로 취급받는 것이다. "최상급 고기가 매일 아침 7시 함평의 목장을 출발해 11시30분에 가게에 도착합니다. 산지에서 직송되는 생고기가 신선한 상태로 손님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육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게 주방장의 설명. 식재료를 구입하는 경로도 간단치 않다. 된장은 충북 음성의 전통 재래식 된장을 쓴다. 고추장은 순창산, 갓김치는 여수 돌산읍에서 나는 것을 택배로 공급받는다. 젓갈은 충남 강경산을 고집한다. 각 지방의 특산물을 찾아다니며 구매계약을 맺은 것이다. 음식점 전화번호(031-702-6633)에도 꼼꼼하게 신경을 썼다. 뒷번호 '6633'은 '6층에 있는 고깃집의 육질이 삼삼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먹는 것만 최고를 추구하는게 아니다. 물과 반찬을 담아내는 용기는 모두 경기도 이천의 전통 도예점에서 맞춤으로 주문한 것이다. 화장실과 주방은 여느 음식점과 가장 차별화된 곳이다. 우선 주방에 들어서면 커다란 액자 3개가 눈에 들어온다. 사훈, 서빙 준수사항, 주방 준수사항이 바로 그것. 사훈에는 '자식에게 음식을 차려주는 어머님의 마음처럼 양심과 혼이 담긴 음식을 조리한다'라고 쓰여 있다. "식당 식구들이 모두 어머님의 마음을 가진다면 손님들에게 자연스레 전달될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입구에 커다란 액자를 걸어놓고 마음에 새겨지도록 했지요." 액자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커다란 정수기 3대. 먹는 물이 아니다. 설거지할때 쓰는 물이다. 설거지에도 허드렛 물을 쓰지 않는다. 최고로 깨끗한 물로 닦은 그릇을 손님 앞에 내놓겠다는 고집이다. 화장실도 웬만한 호텔보다 낫다. 꽃 향기와 유화 그림이 벽을 두르고 있다. 하루 4백만원의 매출로도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건 바로 '최고'에 대한 고집 때문인 셈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