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거액수수 의혹] 2000년 총선자금 핵폭탄 터지나..정치권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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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메가톤급 사정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의 긴급 체포로 정치권이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사건의 중심권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2000년 총선자금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데다 몇몇 인사의 이름이 다시 흘러나오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신당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정태풍 부나=한나라당의 총선 전국구 공천자금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지자 정치권 전반의 사정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12일 "이번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이미 검찰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상태이고 현대비자금 외에 다른 건이 여러 건 더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해 사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여권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여권 인사 4∼5명이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누가 돈 받았나=16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수도권 접전지역에 당 차원의 집중적인 '실탄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민주당은 원내의석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던 상황이었고 여당 주변에서는 수도권 일부 전략지역에 대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풀렸다는 설도 나돌았다.
실제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총선 직후 "경합지역과 일부 정치신인들에게 당시 거액의 돈이 계좌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돈의 출처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의원은 "당으로부터 세차례에 걸쳐 수억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당시 권씨가 정치신인을 중심으로 의원들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특히 김태랑 최고위원은 지난해 출간한 책에서 권 씨의 '수혜자'를 적시했다.
그는 "개혁파 리더를 자임한 모 의원은 공천과정부터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고 '바른정치모임'모임 소속 의원 4명은 별도의 사무실과 운영비를 제공받았다"고 적었다.
지목된 의원들은 모두 신주류다.
◆신당논의 향배=권씨 파문으로 신당은 일단 난기류에 빠져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권씨와 가까운 구주류가 1차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나 신주류도 이번 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신주류의 주축인 초·재선 의원 상당수가 정치입문시 권씨의 지원을 받았고 총선 때도 예외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를 경우 신당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물론 이번 파문이 구시대 정치에서 비롯된 만큼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정반대 분석도 있다.
정치권 재편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