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2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측으로부터 1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받은 사실을 확인,13일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권씨를 긴급체포한 11일 밤샘조사를 벌인데 이어 이날 권씨를 상대로 현대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그러나 권씨는 이같은 혐의내용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관련기사 A6면 검찰 관계자는 "권씨는 변호사와 수시로 접견하고 충분히 수면도 취하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며 "묵비권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혐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씨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날 오전 권씨의 동부 이촌동 자택과 권씨의 비서 문모씨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관련 자료를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현대 비자금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소환,현대측이 권씨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 및 과정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권씨를 긴급체포한 지난 11일 밤 '대북 불법송금' 사건으로 구속수감 중인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비자금 1백50억원이 아닌 '플러스 알파'부분에 대해 이익치씨와 이기호 전 수석을 주요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권씨가 이기호 전 수석을 통해 현대측에 특혜 대출해줄 것을 부탁하고 이익치씨가 돈 전달을 담당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검찰은 또 권씨가 돈을 건네받은 시점이 2000년 4월초께라고 밝혀 이 돈이 총선자금 명목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정치권 유입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권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일단락되면 총선 당시 권씨로부터 현대 비자금을 지원받았거나 현대측 비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날 김영완씨측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된 사실을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김영완씨는 전날 "박지원 전 장관이 현대측에 먼저 돈을 요구했고 현대가 제공한 양도성 예금증서 1백50억원은 내가 보유한 현금과 맞교환한 뒤 돈세탁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송광수 검찰총장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이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권씨를 긴급체포한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송 총장은 이날 대검청사로 출근하는 도중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특검팀에서 수사자료를 이첩받은 직후부터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α 부분을 수사해왔으며,(정 회장의 자살만 아니었으면) 이미 한참 진행됐을 수사"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