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장례절차가 끝나고 곧바로 불거진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수수혐의에 현대와 재계는 향후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현대는 정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이 가져온 충격을 추스리고 새롭게 대북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가운데 다시 비자금 문제가 부각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도 비자금 파문이 확산될 경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한국 기업의 대외 신뢰도와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12일 "비자금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비자금문제가 다시 부상하는 것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검찰수사 상황과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비자금 관련 수사가 기업의 발목을 잡아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비자금 문제는 대북송금 사건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면서도 "혹시라도 이 일이 대북사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는 기업이 정치권에 돈을 대줄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고 이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며 "현대의 대북사업을 위한 특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비자금이나 정치자금 등에서 1백%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더 이상 기업들이 정치자금 등을 제공하고 검찰이나 여론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