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임금을 계속 올리는 사이 중국은 싼 임금을 무기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습니다.양국간 기술격차는 작년까지만 해도 5년 정도로 봤는데 갈수록 좁혀져 큰 일입니다."(유병세 한국조선공업협회 동향분석실장) 요즘 세계 1,2위를 다투는 조선업계 사람들을 만나 "호황이라 좋겠네요"라고 물으면 이런 답변을 듣기 십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임원은 "이렇게 가다간 5년안에 중국에 따라잡힐지 몰라 요즘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을 앞세워 한국이 세계 조선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80년대부터. 93년과 99년에는 수주량 1위를 기록했으며 2000년에는 수주량 및 건조량 부문에서 1위를 달렸다. 90년 19.7%에 불과했던 세계 수주시장 점유율은 올해 5월말 현재 45.9%로 껑충 뛰었다. 반면 일본은 38.4%에서 24.0%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최대 경쟁자인 일본을 힘겹게 제쳤는가 싶었는데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국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은 한국에 훨씬 못 미치나 같은 기간 2.1%에서 13.7%로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중국 조선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 한국조선공업협회는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기술전문가들이 베이징 상하이 등지의 중국 조선 관련 기관과 주요 조선소 등을 방문,분석한 후 중국과의 격차를 5년 정도로 추정했었다. 하지만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12일 철강수요 산업 전망을 근거로 2005년께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과 본격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조선업계가 수출선박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비롯한 당국의 세제지원과 선진 생산시스템 도입,50개 조선소를 2개 그룹으로 재편하는 통합화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세계 조선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일반 상선 가운데 최고의 기술이 요구되는 8천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설계기술 개발에 성공,이 시장을 선점해 온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2001년 4월께 중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건조기술을 전수해 달라며 한국 업체들에 끈질기게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지난해 유럽 업체들과 LNG 건조기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보다 5분의 1∼10분의 1에 불과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렵사리 올라선 선두자리를 고수하기 위해선 새 선형 개발과 신기술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이 인건비 때문에 중국 닝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놓고 건조용 블록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나,같은 이유로 일부 업체가 중국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