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2000년 총선직전 현대측으로부터 20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권전 고문측이 `총선 당시 (현대 비자금과 다른 돈) 110억원을 빌려, 선거지원금으로썼다'고 밝혀 여권 총선자금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권 전 고문 자금의 당내 유입을 적극 부인해온 민주당측이 13일 태도를 바꿔 "돈을 받아 지구당 지원금으로 사용했다"고 총선 사용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권전 고문의 진술에 따라 민주당이 꿰맞추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권 전 고문의 변호인인 이석형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총선당시 돈이 없으면 빌려서 치르라는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10억원을 모아 민주당에 전달했다"며 "이중 80%는 당에서 갚고, 김영완씨로부터 빌린10억원과 나머지 20억원은 갚지 못한것으로 권 전 고문이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문제가 되는 어떤 돈도 당에 유입된 적이 없다"고 주장해온 김옥두(金玉斗) 당시 사무총장은 이날 "확인해본 결과 적법하게 입금돼 선거법에 따라 처리됐더라"면서 "일부는 갚고 일부는 갚지 못했으며 변제에 쓰인 돈은 합법적인 후원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당에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권 전 고문이 알고 지인들에게 일부는 차용증을 써주고, 일부는 차용증없이 돈을 빌려 당에 입금했다"며 "모든 것은 선거법 절차에 따라 처리됐고 선관위에 신고했으며, 관련 서류도 있다"고말했다. 그러나 차용증서에 대해 이석형 변호사는 없다고 말했으나, 김옥두 의원은 일부는 차용증서를 써줬다고 말하고, 당측에선 변제액수나 차입금의 회계처리 방식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당시 동교동측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한 관계자는 "당시 권 전 고문의돈이 당의 공식라인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면서 "그런 돈이 있었다면권 전 고문이 개인적으로 관리하던 자금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고문이 검찰의 수사압박을 피하기 위해 이 돈을 당에 공식적으로 빌려준것이라고 둘러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권 전 고문측이 현대비자금 100억 제의에 대해 "돈이 없으면 빌려서치르라"는 DJ의 지시에 따라 이를 받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 DJ 인지여부도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지만 권 전 고문측이나 DJ측 모두 "투명한 선거를 치르는 사전당부였을 뿐 구체적 사안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며 인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검찰 주변에선 현대측이 권 전 고문에게 전달한 자금의 일부가 당시 여권의 또 다른 실세들에게도 전달됐고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어, 검찰 수사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구여권 인사들의 줄소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교동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줬다는 사람의 진술만 있을 뿐 권전 고문을 비롯한 누구도 현대비자금 수수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있고, 검찰도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검찰측이 영장청구와 함께 "한번에 3억∼4억원을 담을수 있는 서류상자50여개로 포장, 김영완씨가 지정한 `제3의 장소'로 4차례에 걸쳐 운반했다"며 구체적인 전달과정을 밝혔으나 권 전 고문측은 "현대비자금은 전혀 받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파문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