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가능성 희박해져.. 현대家, 외국인에 맞서 지분 연대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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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가 자사주 중 43만주(7.66%)를 현대백화점과 현대시멘트 등 범 현대가(家)로 넘기며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섬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그룹측의 우호지분은 37.43%로 변동이 없지만 의결권이 있는 지분율이 28.01%에서 35.68%로 증가해 적대적인 M&A(인수·합병)나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비싼 값으로 보유주식을 되파는 일)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졌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M&A 등에 대한 기대에 편승,5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상승세도 한 풀 꺾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세일즈가 기폭제 된 듯=사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제로(0)'였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나흘 만에 11.21%로 급증하면서 '제2의 SK㈜'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외국인은 지난 12일에만 45만여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13일에도 4만6천주를 추가 매입했다.
외국인은 이날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6만주 이상의 매수주문을 냈지만 실제 순매수량이 여기에 미치지 못한 것은 그동안 주된 매수창구였던 삼성증권을 통해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급등과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는 지난 8일 삼성증권의 '매수' 리포트가 나온 시점부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증권이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를 위해 저평가된 중소형주 발굴에 노력하고 있었다"며 "현대엘리베이터 리포트도 정 회장 사망 직전 스몰캡팀에서 준비한 것으로 삼성증권이 외국인을 상대로 상당히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수주체도 미국 홍콩 등지의 여러 개 펀드로 분산돼 있고 장기펀드도 있지만 일부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성 자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일한 주체가 10% 이상의 지분을 샀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2의 전기초자로 봐야=김정기 코스모 투자자문 상무는 "사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그동안 펀더멘털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았다"면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저평가된 중소형주 찾기에 목말라하던 외국인에게 딱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히려 현대엘리베이터는 '제2의 전기초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 사망 직전 현대엘리베이터의 상황이 대우그룹과 관련된 리스크 때문에 PER(주가수익비율)가 2배에 불과했을 만큼 주가가 저평가돼있던 지난 99년 초 당시의 전기초자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송준덕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99년 대우사태를 전후로 5∼6개월 만에 주가가 6배 정도나 급등했던 전기초자와 비슷한 주가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영일 동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급등으로 건설업종 평균 PER 수준에 도달했다"며 "M&A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희석된 만큼 상승탄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