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마을(주)은 경희대의 대표적인 교내 벤처다. '한의학.한약학의 종가(宗家)'라는 경희대 이미지에 걸맞게 한약제품으로 제약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약마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늦깎이 대학생 김재영씨는 학원강사를 하다 그만두고 다시 캠퍼스로 돌아온 사례다. 32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경희대 한약학과 99학번으로 입학했다. '한약이 유망하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공부에 쫓기던 김 대표를 대학생 사업가로 변신시킨 계기는 입학 때부터 시끌벅적했던 '한·약분쟁'이었다. "한·약분쟁을 지켜보면서 더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의 한약산업으로는 곤란하다는 판단이 생겼죠.이제 한약도 기업화되고 세계화돼야 합니다." 김 대표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같은 학회 내 몇몇 동기들도 한약 과학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곧바로 3명이 의기투합해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교수진들도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자금도 비교적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 학원강사를 하면서 모아둔 돈과 팀원들이 갹출한 자금,교수 등의 투자에 힘입어 1억원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창업 후 첫 제품은 살구씨에서 추출한 항암제 성분인 아미그달린을 이용한 항암제 원료.마침 김 대표가 교수진과 함께 연구하고 있던 분야였다. 추출방식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사업자등록증도 냈다. 하지만 순탄했던 준비과정과 달리 출발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연구만 해오던 터라 다들 경영에 대해서 캄캄한 상황이었습니다.회사 설립절차부터 회계,경영방식 등 팀원들간에 충돌이 많았죠." 학업과 사업을 병행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3학년이던 지난해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1주일 전부터 밤을 새다시피했습니다.낮에는 바이어를 만나고 밤에는 시험공부하고… 말 그대로 주경야독이었죠." 설립 멤버 중 2명은 결국 몇몇 과목의 학점을 이수하지 못했다. 시험 때면 사업이 늦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한 것은 지난 2월 법인등록을 하면서부터. 학교 실험실을 전전하던 한약마을은 창업보육센터 건물에 사무실을 갖추게 됐다. 최근 정부지원자금도 받게 됐다. 두 차례에 걸쳐 총 5억5천만원을 받았다. 항암제 원료에 이어 생리통 진통제도 개발해냈다. 현재 국내 모 제약업체와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아미그달린의 미국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은 7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약성과가 나타나는 내년에는 50억원까지 매출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약마을은 한약학과에도 변화를 주었다. 조용하던 한약학과 특유의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변했다. 후배들이 산업현장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창업 의욕을 고취하고 있다. 최근 후배들 사이에 두팀의 창업동아리가 새로 생겼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과내 장학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한약마을은 제약에만 머물지 않고 한약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명 약국 프랜차이즈인 온누리약국을 벤치마킹해 '참한약국'이라는 약국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방학 때는 어린이 허준캠프를 열고 있다. 김 대표는 "한약은 한국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며 "기술개발에 앞장서 세계적인 벤처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