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파트를 내 것인처럼 속여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을 챙겨서 달아나는 신종사기 수법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S공인의 J대표는 지난 7월1일 K모씨 소유의 가락시영아파트 17평형을 팔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자신을 주인이라고 밝힌 사기꾼은 어음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 급하다며 시세보다 조금 싸게라도 좋으니 빨리 팔아달라고 요청했다. J 대표는 사기꾼이 내민 주민등록증이 등기부등본상 집주인과 일치했기 때문에 주인임을 의심치 않았다.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어서 J 대표는 3일 뒤 쉽게 매수자를 구했고 매수자는 계약금 4천만원을 은행 자동이체를 통해 사기꾼에게 지불했다. 그러나 사기꾼이 며칠 뒤 중도금도 빨리 달라고 요구해오자 이상한 느낌이 든 J대표는 매매계약된 집을 방문했고 집주인이 따로 있음을 알게됐다. 이처럼 남의 집을 내집인 양 속여서 파는 사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두달동안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와 대한공인중개사협회에는 접수된 피해 사례만 10건에 달한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관계자는 "무자격 중개업소들은 신고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는 데다 공인중개사들도 자격취소 등의 제재를 우려해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사례는 이보다 휠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J 대표를 비롯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사기매각을 당한 2곳의 중개업소도 협회에 피해 신고접수를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두 협회에는 최근들어 하루 1∼2건씩 사기행각에 대한 대응 조치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공식 접수된 사기사례 중에선 계약금 뿐만 아니라 중도금까지 사기당한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소재 모 중개업소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한 1억3천만원을 송금한 뒤에야 사기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적으로 보면 경기도 고양시,인천시 부평구,서울 강남구 송파구 도봉구 등 수도권 전역에서 이같은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사기꾼들은 정교하게 위장된 주민등록증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 뒤 중개업자 또는 거래상대방과 통화할 때만 이를 사용해 쉽게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사기를 당한 가락동 J 대표는 "거의 완벽하게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제시해 당연히 주인인줄 알고 거래를 성사시켰다"며 "부동산거래에 대한 지식과 중개업소 생리에 대해 해박한 것으로 봐서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관계자는 "사기가 발생한 뒤에는 책임소재를 두고 중개업소와 매수인간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불가피할 뿐만 이나라 금전적으로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며 "중개 시 본인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가능하면 매물 의뢰시부터 현장방문 등기권리증 및 의료보험증 소지여부 등을 확인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