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주택업계의 과다한 분양가 인상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서울 동시분양의 평당 분양가가 작년보다 25%나 상승하는 등 주택업체들이 '너도나도' 분양가 올리기에 나서면서 주변 집값도 연쇄 상승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 최근 분양을 마친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가 '묻지마'식 분양가 인상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말 실시됐던 1차분양 이후 1주일만에 실시된 2차분양에서 H건설이 분양가를 1차때보다 평당 최고 1백55만원까지 올렸다. 다른 수도권 택지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대한주택공사의 '주공그린빌 7차' 아파트가 평당 4백27만원에 공급됐던 파주 금촌지구에서는 최근 풍림산업이 이보다 30% 인상된 6백10만∼6백20만원에 분양가를 책정했다. 용인 죽전택지지구의 경우 최근 잇따라 공급된 민간임대 아파트의 분양가가 전년대비 25∼32%정도 인상됐다. 모아주택산업이 지난 6월말 이곳에서 분양한 24평형 아파트가 평당 7백28만원, 1주일 후 금강주택이 공급한 같은 평형이 7백66만원에 나왔다. 죽전지구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보성건설의 임대아파트가 5백80만원대에 공급됐었다. 이밖에 올해 상반기 서울 동시분양에 나온 아파트들의 평균 분양가는 전년 동기대비 25% 상승해 평당 1천22만원을 기록했다. ◆ 분양가 인상이 주변 집값 상승 부추겨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지나친 분양가 인상의 영향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동백지구의 아파트 분양 이후 죽전지구 등 용인지역 내 다른 택지지구와 분당신도시의 분양권 및 기존 집값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게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분당의 경우 수내동 일대 일부 대형 평형대 아파트가 최근 한달새 최고 4천만원까지 뛰는 등 시장이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용인지역 분양권 시장도 거래는 부진한 편이지만 죽전지구와 신봉지구 등 전역에 걸쳐 분양권 소유자들이 호가를 올려부르는 분위기다. 분당 서현동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과 용인 등 수도권 남부권역에서는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순으로 아파트값이 비싸게 형성된다"며 "동백지구에서 평당 7백50만원대에 아파트가 분양된 이후 죽전지구는 평당 1천만원까지, 분당신도시는 1천2백만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땅값 논란도 설득력 약해 주택업체들은 분양가 인상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서울 및 수도권의 택지난으로 토지 매입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인건비 및 자재 상승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같은 값에 택지를 매입해 놓고 주변시세에 맞춘다는 이유로 거의 같은 시기에 분양한 아파트보다도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의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