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2일 회의 결과는 이례적이다. 금리를 연 1%로 동결시킨 것은 예견돼 왔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전문가들 조차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주식시장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최근 혼란에 빠진 채권시장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현 금리,올 연말까지 유지될 듯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차기 회의의 방향 정도만 겨우 예측할 수 있도록 극히 절제된 용어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상당 기간(considerable period) 이라는 용어를 사용,올 연말까지는 금리를 조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는 "그린스펀 의장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제약하는 결정을 싫어하지만 오늘은 향후 몇 차례 회의 결과를 미리 약속해준 셈"이라고 해석했다. 언제까지 금리가 동결될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나 월가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는 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및 채권시장 안정이 주목적 FRB가 상당 기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우선적으로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FRB 이사를 지냈던 라일 그램리 쉬와브자본시장 고문은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매우 단호한 말로 채권시장에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미 채권시장은 최근 한달 사이 국채수익률(장기금리)이 1%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혼란에 빠져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달 의회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장기금리는 급등세로 반전됐다. 그러자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라는 압력이 FRB에 쏟아졌고,이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은 '상당 기간 저금리 유지'라는 말로 화답한 것이다. 단기금리를 연 1%에 고정시켜도 장기금리가 오를 경우 경기회복은 어려워진다. 기업수익이나 가계소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장기금리이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채권시장 안정을 통한 주식시장 회복을 겨냥,저금리 유지방침을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랜만에 다우와 나스닥 S&P500 등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그린스펀 의장은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