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기업 성공비결은?..삼성경제硏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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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쫓지말고 자신에 맞는 맞춤형 경영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첫걸음이자 지름길'.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내수불황을 모르는 고성장 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이나 이익 등에서 꾸준히 호조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내수기업으로 농심 신도리코 태평양 한샘 신세계 등 5개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 기업의 성공전략을 소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외국 선진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여러 모로 이질적인 외국 기업보다는 경쟁환경과 조직문화가 비슷한 국내 내수기업으로부터 배울 점이 더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한 기업들은 현재의 성공인자(因子)를 조직 DNA로 체화시켰다"며 "한번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성공을 어떻게 지속시키는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핵심사업에 충실해야
보고서는 우선 국내 고성장 내수기업의 특징으로 신규 유망분야를 유행처럼 쫓아다니지 않고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점을 꼽았다.
'신라면'으로 국내 라면시장의 70.9%(작년 말 기준)를 석권하고 있는 농심이 대표적인 예다.
농심은 핵심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을 탄탄한 반석위에 올려 놓은 뒤 생수나 즉석밥 등 새로운 시장을 공략,꾸준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업 이후 사무용 광학기기 분야에만 매진하고 있는 신도리코도 마찬가지.
벤처열풍이 거셌던 지난 99년과 2000년 사이에 2천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자금을 벤처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복사기 레이저프린터 등 핵심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 투입했다.
덕분에 현재는 사업 초기에 기술을 전수해 준 일본 리코사에 복사기를 역수출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
치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대형 히트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것도 고성장 기업들의 특징으로 지목됐다.
태평양은 '고가 기능성제품'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화장품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헤라' '설화수' 등 고급 기능성 브랜드를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출시,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부엌가구 업체인 한샘은 향후 중저가 제품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90년대 초반부터 보급형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1백만원대 '밀란 시리즈'는 연간 5만세트(한샘 부엌가구 매출의 57%) 이상 판매되며 외환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고객 밀착형 경영
신세계는 고객의 성향을 세밀하게 관찰해 주력 할인매장인 이마트에 한국형 쇼핑환경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창고형 매장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품 진열대를 한국인의 평균 키높이로 낮추고 쇼핑카트도 한국인 몸집에 맞게 조정했다.
또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는 신선식품의 판매비중을 늘리고 매장 인테리어도 백화점 수준으로 고급화했다.
이밖에 1백50여명의 전문 머천다이저들이 히트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탐색,다른 할인점보다 1만여종 이상 많은 판매상품수를 보유하게 됐다.
고성장 기업들은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신도리코는 생산직과 사무직 직원간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동일한 작업복을 착용토록 했고 충남 아산공장 5만평 부지의 70%를 노래방 도서실 노천극장 등 사원들을 위한 복지공간으로 꾸몄다.
또 종업원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모든 구내 식당에서 배식을 할 때 식판에 밥을 퍼 담지 않고 밥공기에 담도록 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이 관건
태평양은 지난 92년 이후 'MASTER 21'이라는 생산혁신 활동을 통해 '태평양식(式)' 품질혁신시스템을 사내에 정착시켰다.
이와 함께 2000년부터는 '디지털 드림 컴퍼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업무처리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판매정보와 재고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생산계획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농심도 전공정을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에 힘입어 1인당 라면생산량이 기존 라인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고 원가도 종전보다 70%가량 절감됐다.
농심은 앞으로도 매년 7백억∼8백억원가량을 설비 현대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샘도 정보통신(IT)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지속,고객 납품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3분이내에 부엌 설계가 가능한 '3분 CAD'와 고객이 가구 시공일을 직접 선택하게 하는 스케줄 프로그램인 '시공좌석제' 등이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김종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불황기에 인력과 경비를 줄이고 호황기에 다시 늘리는 것은 2류 기업들이나 취하는 전략"이라며 "불황을 맞아 무작정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서면 자칫 미래의 성장동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만큼 불황기에 역으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