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평양 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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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이 땅을 찾았던 서양인들의 눈에는 우리 민족이 노래와 춤에 타고난 천품을 가진 것으로 비쳐진 모양이다.
독일 신부 오페르트는 "아시아 민족 중에서 한국인보다 음악에 대해서 더 열렬한 애호심을 가진 민족은 없을 것이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프랑스 지리학자인 뒤 알드는 "상냥하고 순종적인 한국인은 음악과 춤에 천부적인 재질을 가진 것 같다"고 조선방문 인상기에서 밝혔다.
가무(歌舞)에 대한 애착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해 촌락마다 밤이 되면 남녀가 떼지어 노래하고 유희를 한다"고 했으며 "마한 사람들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가무를 즐긴다"는 풍속을 묘사하고 있다.
부여와 변한 사람들 역시 가무를 즐긴다는 기록을 여러 곳에 남기고 있다.
예로부터 특별히 노래를 즐겨서인지,70년대까지만 해도 명절때가 되면 동네마다 가요콩쿠르대회가 열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한데 어울려 흥겨운 한마당 축제를 벌였다.
읍·면 등의 관공서에서는 수시로 노래잔치를 개최해 주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동네가수들의 열창무대는 TV가 등장하면서 전국적인 무대로 발돋움했다.
KBS의 '전국노래자랑'이 대표적인데 전국 방방곳곳을 다니며 23년째 계속되는 이 프로그램은 갈수록 그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이 프로가 인기를 끄는 것은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이 튀는 의상을 입고 나와 노래 부르고 익살스런 춤을 추며 개그맨 뺨치는 재치를 쏟아내기 때문일 게다.
이에 곁들여 사회자 송해씨의 구수한 입담이 재미를 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국노래자랑이 평양에 진출해 며칠 전 모란봉 공원에서 녹화를 마쳤다는 소식이다.
어린 여학생부터 77세 노인까지 20여명이 출연해 노래를 부를 때,공원을 가득메운 평양시민들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는데 이는 남측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한다.
평양에 첫발을 디딘 전국노래자랑이 신의주로 원산으로 함흥으로 이어져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