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측이 현대 비자금 수수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지난 2000년 총선자금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루 의혹을 흘리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권 전 고문의 법률대리인인 이석형 변호사는 13일 "권 전 고문은 '총선 때 돈이 없을 경우 문제있는 돈은 받지말고 빌려서 치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1백10억원 정도의 돈을 빌려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권 전 고문이 선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져 '선거막판 백중지역에 집중 지원했다'는 일각의 설을 뒷받침하는 등 논란을 예고했다. ◆DJ개입했나=이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의 잇단 접촉에서 권 전 고문이 'DJ의 지시에 따라'또는 'DJ의 지침에 따라'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DJ 개입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이 변호사는 '배달사고'가능성도 제기했다. 전날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권 전 고문이 '현대의 1백억원 제공제의'를 DJ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일자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석연치 않게 발을 뺐었다. 이훈평 의원의 당초 언급이나 이 변호사의 말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DJ는 총선자금 모금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은 당의 간부에 합법적이고 투명한 당 재정운용을 당부한 일은 있지만 당 업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개입설을 부인했다. 당 일각에서는 권 전 고문측이 'DJ연루설'을 흘리는 것은 생존전략을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DJ카드로 노무현 대통령과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1백10억원 당 입금여부와 총선자금 규모=김옥두 전 총장은 "권 전 고문이 빌린 1백10억원은 당에 입금돼 지구당 지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권 전 고문이 당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지인들에게 일부는 차용증을 써주고 일부는 차용증 없이 돈을 빌려 당에 입금했다"며 "모든 것은 선거법 절차에 따라 처리됐고 선관위에 신고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당직자들이 "외부에서 유입된 돈은 없다"거나 "알 수 없다"고 말했다가,권 전 고문이 언급하자 뒤늦게 입금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꿰맞추기 하고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입금이 안됐을 경우 민주당의 총선비용은 당초 선관위 신고액 4백99억원에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