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리그'(감독 스티븐 노링턴)는 1억1천만달러가 투입된 할리우드의 대작 SF액션 어드벤처물이다. 19세기 말 빅토리아왕조 시대의 영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7인의 소설영웅들이 펼치는 모험을 현대적인 상상으로 풀어냈다. 특수효과의 성찬이라 부를 만하지만 이 영웅전은 본질적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이야기 전개와 인물 구성에 인과관계가 허약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액션은 긴박감을 잃고 말았다. 1899년 무기상 팬텀은 베니스에서 열리는 유럽정상회담 장소에 폭탄을 터뜨려 전쟁을 일으킨 후 돈을 벌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영국 정부의 M(리처드 록스버그)은 명사수 앨런 쿼터메인(숀 코너리)을 비롯한 다양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을 모아 '젠틀맨 리그'를 결성한다. 쿼터메인이 라이더 헤거드 소설 '솔로몬 왕의 보물' 주인공이듯 7인의 영웅들은 고전 SF소설 혹은 모험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뱀파이어의 저주를 받은 미나 하커(페타 윌슨),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의 톰 소여(셰인 웨스트),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 젊음을 유지하려고 안간힘 쓰던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트),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 속 로드니(토니 큐란),쥘 베른 '해저2만리'의 잠수함 노틸러스호와 네모 선장(나세루딘 샤),로버트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지킬(제이슨 플레밍) 등이 그들이다. M은 007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인물의 패러디다. 화면 배경은 19세기 말의 음울한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지만 액션과 소품들은 현대적이다. 악당이 제작 중인 로봇 병사,영국 은행의 문을 파괴하는 장갑차,도시를 활개치고 다니는 컨셉트 카,베니스 시가지의 폭탄세례,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건물,신체조직 연구를 통해 초능력의 비밀을 캐려는 유전공학 연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웅장한 노틸러스호,지킬 박사의 하이드씨로의 변신,특수 분장으로 이룬 할로 맨,미나의 초고속 공간이동,불사신 도리안의 늙어가는 장면 등은 첨단 시각효과의 개가다. 그러나 억지로 끌어 모은 주인공들의 초능력을 일일이 보여줌으로써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따른다. 악당 팬텀과 그 반대편에 있는 M이 동일인이란 설정은 젠틀맨리그 결성의 동기에 의심을 품게 만든다. 베니스에 있는 공동묘지에서의 싸움장면도 상상력의 난센스다. 운하의 도시 베니스에는 묘지가 없다. 14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