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2000년 총선 직전 현대측으로부터 받은 2백억원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현대상선을 통해 마련한 비자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비자금 1백50억원+α'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14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권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정 회장은 2000년 2월말 권씨로부터 돈을 요구받고 그날밤 이익치씨를 통해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에게 2백억원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지시를 받은 김 전 사장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전표를 허위로 작성해 2백억원을 마련한 뒤 서류상자 60여개에 담아 2000년 3월4일 정모씨에게 넘긴 뒤 4차례에 나눠 서울 평창동에 있는 김영완씨 집으로 운반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권씨측 변호인이 "이익치씨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자 "권씨가 비자금을 받았다는 진술은 정 회장이 먼저 했으며 이익치씨에게도 이를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권씨를 구속수감한데 이어 권씨와 다른 경로로 현대측으로부터 억대의 비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을 이르면 다음주부터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 이외에 현대 비자금을 받은 정치인은 현재까지 4∼5명으로 알려졌으나 비자금 총액이 최대 1천억원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수사진척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소환대상 정치인들에 대해 이미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2000년 4·13 총선 당시 권씨를 통해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대 비자금을 건네받은 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지나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