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국제 통상 라운드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관련,농산물 관세 인하와 농업보조금 지급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EU의 전격적인 절충안 발표는 다음달 10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회원국간 협상에 탄력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로 정부는 보고 있다. 양측 절충안은 관세 감축의 경우 모든 품목을 3개 그룹으로 분류,수입국에 민감한 품목 그룹에 대해서는 '우루과이(UR)방식'을 적용하되 저율관세수입량(TRQ)을 확대토록 하고 다른 그룹들은 '스위스 방식'과 무관세화를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UR방식'은 평균 관세율만 규제해 농산물 수입국들이 주요 품목에는 관세를 높게,덜 중요한 품목에는 낮은 관세를 매길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스위스 방식'은 모든 농산물의 관세 상한을 설정해 수입국이 자국 농업보호를 목적으로 주요 품목에 적용해 온 고율 관세를 철폐하자는 것. 그러나 이번 절충안에는 UR방식이 적용되는 쌀과 같은 민감품목 그룹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 관세율은 배제하거나 저율관세 수입량(TRQ)을 늘리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향후 관세 감축폭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정부가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WTO와의 쌀 개방 재협상에서 예기치 못했던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쌀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가 관철되지 못하면 쌀 수입시 관세 상한선에 묶여 농가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은 관세화를 통한 쌀 수입 대신 일정 부분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방식을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받고 있다. 특히 절충안에는 개도국들이 요구하는 특별품목에 대한 예외 인정 항목이 없어 앞으로 계속될 제네바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미·EU 절충안의 의미는 교착상태에 있는 농업협상을 진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초안과 마찬가지로 개도국에 대해 낮은 관세 및 보조금 감축과 장기간의 이행기간을 부여하고 있어 향후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