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북동부 지역과 캐나다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의 뚜렷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더운 날씨와 설비 상의 문제점으로 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월런버그 미네소타 대학 전력학 교수는 이날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시스템의 동요가 극한에 이르면 송전 시설과 발전소가 작동을 멈출 수 있으며 이는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정전 사태는 대부분 "날씨가 매우 무더운 7월 또는 8월 낮에 발생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실제 이날 정전이 발생한 뉴욕과 디트로이트, 토론토시는 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를 나타냈다. 뉴욕 주 당국은 일단 뉴욕 주 중부 시러큐스에 위치한 나이애가라 모호크 발전소의 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정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월런버그 교수는 나이애가라 모호크 발전소가 작동을 멈춰 인근 발전소들이 전력 수요를 떠안게 되면서 동부 지역의 발전소들이 잇따라 가동을 멈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고속도로에서 어느 한 쪽을 막으면 모든 도로에서 정체가 발생하는원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일리노이 대학의 토머스 오버바이 교수도 "배전 시설은 보통 상당량의 여유 시설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충분한 배전망이 없다면 문제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캘리포니아 전력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발전소들이 전체 전력 수요를 일시적으로 줄이기 위해 일부 지역에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연쇄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버바이 교수는 "주(州)간 전력 이동은 늘 있지만 송전 능력이 충분치 않다"며"이는 고압전류 송전 시스템이 각 지역 발전소에 따라 다르게 설계됐기 때문이기도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3개 권역에 3천170곳의 발전소가 있으며 이날 정전은 미 북동부와중서부, 캐나다를 연결하는 동부 권역에서 발생했다. 월런버그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난 90년대부터 계속된 전력산업의 탈규제 정책으로 일부 전력 회사들이 시설 유지 및 설비 투자에 인색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날 정전 사태의 원인이 무분별한 탈규제 정책에도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