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자살을 계기로 자살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살이 '사회적 타살'인 경우도 있다"며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만 1만3천5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36명이며 시간당 1.5명 꼴로 자살한 셈이다. 2001년의 1만2천2백77명에 비해 6.3%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1992년의 7천4백1명에 비하면 10년 사이에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자살은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게 의학계의 분석이다. 자살은 왜 일어나며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 도움말 = 유범희 홍경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 ----------------------------------------------------------------- ◆ 남자의 자살률이 여자보다 높다 =경찰청이 지난 2001년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의학계는 자살자 가운데 약 80% 가량을 우울증 환자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자보다 남자의 자살률이 4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살 기도율은 여자가 남자보다 오히려 4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신 자살이 많은 이유로는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보통 남성의 경우 투신, 독극물(농약) 권총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많이 선택한다. 여성은 이에 비해 수면제를 많이 선택한다. 그러나 수면제에 의한 자살 성공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 손목의 동맥을 절단하는 경우도 많으나 대부분 깊게 찌르지 않아 응급 조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 만성 우울증 환자, 자살 위험 높다 =자살자가 매년 증가하는 이유를 뚜렷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급변하는 환경이 주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생활고 등 경제적 문제, 상사의 구타나 집단 따돌림, 학교 성적 비관, 말기암이나 극심한 통증 등 건강문제, 자신의 능력부재 등 자살의 이유는 무수히 많다. 최근 자살자가 급증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만성 우울증 또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자살 위험이 높다. 우울증은 평생에 한번 이상 앓을 가능성이 1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대부분의 경우 약물 치료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며 완치율도 높다. 하지만 가볍게 여기다가 병이 만성화 될 수도 있고 자살을 비롯한 심각한 정신적 사회적 합병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 차원의 근본 대책은 부족한게 현실이다. 선진국처럼 위기 상황에 있는 환자들에게 응급으로 상담을 해주거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 관심과 배려가 중요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에게는 죽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도 공존한다. 또 자살 전에 대부분 주변에 도움을 구하게 된다. 따라서 자살이 의심되는 사람들에게는 주위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조짐이나 행동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와 상담하도록 권하고 충동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면밀한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자살기도가 병의 결과임을 설명하고 전문의에게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 자살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바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살은 대부분 정신질환의 결과며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