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구조조정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ㆍ전직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기업들이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직원에게 재취업이나 창업 등 일자리를 찾는데 필요한 교육과 제반 여건을 마련해주는 제도다. 회사로선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취할 수 있고 직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더라도 미래에 대비할 수 있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중 80%가 실시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는 상태다. ◆ 어떻게 운용되나 =포스코가 2001년부터 정년퇴직을 1년 남긴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중인 '그린 라이프 디자인(Green Life Design)'은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단계 '프리 라이프 디자인 세미나'에선 퇴직으로 인한 소득·복리후생의 급격한 감소와 개인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깨우쳐 준다. 2단계 '파워 스타트 워크숍'에서는 개인별 가치관, 성격과 행동양식, 핵심역량을 진단한 뒤 그 결과를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개인별로 카운슬링해 준다. 교육 5개월째에는 '부부동반 활동' 프로그램으로 부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해하면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삶의 우선순위 찾기 등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창업 지망생을 위해서는 창업현장 체험 위주의 '창업전략 수립' 등을 4∼5개월간 실시한다. ◆ 어떤 기업이 도입했나 =포스코에 이어 한국전력과 KT 등이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아웃플레이스먼트제도를 채택했다. 올들어서는 지난 1월 국민은행이 명예퇴직자 1백26명을 대상으로 전직지원센터를 운영한 것을 비롯해 교보생명과 동양생명 등 금융권과 대한항공 등도 도입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업체인 케이아이씨 등도 정년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에게 전직지원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중소업체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웃플레이스먼트는 국내 기업들에 일반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인식부족이다. 전직지원에 드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거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때 일과성으로 치르는 이벤트쯤으로 여기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 제도를 기업이 구조조정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보는 노조도 일부 있다. 한국아웃플레이스먼트 윤종만 대표는 "실업은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나서야 할 사회적 문제"라며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지는 여러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