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애틀의 최고급 단독주택값이 서울 강남구 대치ㆍ도곡동 아파트값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미국 최고급 단독주택의 최신 건축경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2003년 시애틀 주택박람회(SOD)'에 출품된 최고급 단독주택 5채의 가격은 16억원에서 25억원선을 형성하고 있다. 시애틀 교외의 전망좋은 산중턱에 지어진 이들 주택의 건평은 1백20∼1백58평으로 평당 가격은 1천3백만∼1천6백만원 수준이다. 2년마다 한번씩 개최되는 이번 박람회에선 지역의 내로라 하는 건축설계사 주택디자이너 인테리어디자이너 시공업체 등이 최신 기술을 적용해 1년여에 걸쳐 주택을 지었으며 박람회가 끝나면 건축된 집들은 일반에 매각된다. 드림사이트코리아의 이광훈 대표는 "미국에서도 아주 부자들만 1백만달러(약 11억8천만원) 이상의 집을 갖는 점을 감안하면 박람회에 출품된 집을 살 수있는 사람은 극소수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지의 내부 마감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주택외관 외부조경 동배치 등은 한국보다 최소 10년이상 앞서 있다는 것이 박람회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의 집값은 강남구 대치ㆍ도곡동 일대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대치동ㆍ도곡동 아파트값은 평당 2천만∼3천만원대의 높은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1백1평짜리도 최고 28억원을 호가하는 실정이다. 티붐닷컴의 송성수 부사장은 "미국 집값과 한국 집값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투자 비용에 비해 낮은 수준의 주거환경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과 서울 강남의 집값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보다도 땅값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영조주택의 임철우 이사는 "강남권 고급아파트의 경우 전체 집값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40% 정도 된다"며 "땅값 비중이 높아 건축이나 조경에 많은 투자를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애틀=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