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1723∼1790)가 죽은지 2백여년 만에 소설의 주인공으로 부활했다. 자신의 사상이 왜곡 내지 곡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소설 '애덤 스미스 구하기'(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생각의나무, 1만3천원)는 한 자동차 정비공의 몸을 빌려 되살아난 애덤 스미스가 편협하게 이해돼온 그의 사상을 바로잡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가장 못마땅해하는 것은 자신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부추기고 약육강식의 논리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이다. 그는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국부를 증대시키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든 경제활동이 조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국부론'만 본 채 그를 부와 탐욕의 화신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소설에 등장한 애덤 스미스는 젊은 경제학도 리처드 번스와의 대화를 통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글로벌경제와 이를 지탱하는 도덕적인 뿌리로 안내한다. 여기서 바탕으로 삼는 것이 '국부론'보다 먼저 나온 그의 저서 '도덕감정론'이다. '국부론'이 인간의 이기심을 논하고 있는데 비해 '도덕감정론'은 인간의 행복과 덕성의 근원을 탐구한 책. 애덤 스미스는 "시장은 절대로 사람들과 동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다. 시장의 힘이 비인간적이라고 해서 사람들까지 비인간적으로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유시장주의에 기초한 국제무역과 전문화가 기업들이 부를 창출하는 핵심적인 토대이긴 하지만 정의와 덕성이라는 사회의 근본원리를 무시함으로써 오히려 자유시장과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또 "무절제한 부의 추구는 부패로 연결되게 마련이며 삶에 궁극적인 의미와 행복을 안겨주는 핵심 요소까지 빼앗아간다"고 설파한다. 여기서 핵심적 요소란 이타적인 감정에 기초한 도덕적 양심이며 경제적 효율성과 덕성이 상호보완적 관계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애덤 스미스의 진의를 전하려는 시도가 신선할 뿐만 아니라 내용 전개도 흥미롭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