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서울에서 3번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2시간여를 달린 끝에 도착한 경기도 동두천시. 2~4층의 나즈막한 건물들이 4차선 국도 양 옆에 줄지어 서 있다. 좁은 도로에는 '대책없는 미군 재배치 절대 반대' '반세기 기지촌 경제피해 정부 보상하라'는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날리고 있다. 주한 미2사단의 이전 계획 발표로 생계를 이을 걱정이 태산인 상인들이 내다붙인 것이다. 이 곳에서 15년째 양복점을 해왔다는 박성희씨(46)는 "미군 이전으로 지역경제 사정이 폭삭 주저앉게 되면 업소들의 휴ㆍ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두천에는 유흥업소와 양복점, 음식점 등 미군이 주로 이용하는 업소가 4백50여개에 달하고 주민의 20% 수준인 1만5천여명이 여기에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게를 정리하고 미군기지가 이전할 평택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두명씩 늘어나고 있다. 대우종합쇼핑을 운영하는 박영준씨(54)는 "배운게 미군 상대 장사라 이제와 그만둘 수도 없어 미군을 따라 가게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동두천 시의회의장은 "50년간 기지촌이란 불명예를 안고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측면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정부차원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한 미2사단과 미8군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경기도 평택에는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찬성하는 상인들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 '경기민중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시민투표, 길거리 시위 등을 지속적으로 벌이면서 이전 반대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대책위의 한준범 간사는 "수백만평의 토지가 미군에 제공되면서 수대째 살아온 많은 주민들이 터전을 잃게 되고 지역사회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미군이 뿌릴 달러에 연연해 생존권을 가벼이 봐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일대 공군기지 주변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상인들로 구성된 송탄상공인회는 미군기지 이전에 찬성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이경추 상공인회 회장(64)은 "시위로 불안감이 조성될 때마다 미군들이 외출을 자제해 상인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제발 현장시위를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6월 말에는 한 미공군기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상인들이 주먹다짐까지 벌어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라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미군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동두천이 30%, 평택이 2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찬반여론과는 별개로 평택과 오산은 미군기지 이전 기대를 반영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오산 궐동지구에서 분양된 28평 아파트의 분양가가 1억1천5백만원이던 것이 1년만에 1억4천만원으로 21%나 올랐다. 평택 시내에서 올초 공급된 30평형대 아파트들도 최근 5백만∼1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하고 있다. 미군을 상대로 한 임대주택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주택부지 거래도 활발하다. 대명공인 황주호 대표는 "평택 주변 토지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30% 가량 뛰었고 주로 외지인들의 매매가 활발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