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가 다시 매수우위로 돌아서면서 증시 분위기를 호전시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3일 이후 1천억원 이상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종합주가지수를 이틀 연속 10포인트씩 올려놨다. 또 투신권은 투자원금 회복으로 인한 환매가 일단락되면서 이달 들어서는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모처럼 소폭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하순에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가 가능해지는 등 기관투자가의 수급 상황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언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느냐가 향후 증시 수급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주가가 전고점인 730선을 뚫고 올라서면 개인의 '증시 U턴'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돌아온 외국인 지난달 하순 이후 주춤해졌던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3일 1천61억원어치를 순매수한데 이어 옵션만기일이었던 14일에도 1천3백16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의 주식매수가 전기전자 화학 운수장비 철강 등 경기순환주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만큼 외국인은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각종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면서 전통적인 경기순환주 강세 현상이 세계증시에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지속됐던 폭발적인 규모는 아니더라도 외국인의 매수세는 IT와 유화 철강 등 소재주를 위주로 당분간 더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기관도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 나설 듯 투신권도 주식형 상품이 이달 들어 증가세를 보이면서 주식매수 여력을 늘려가고 있다. 이달 들어 투신권의 순수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1천1백억원 늘었고 혼합주식형도 1천5백억원 정도 순증했다. 아직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수 650선 이후에서 이뤄졌던 기관의 매도 우위는 일단락된 것으로 분석돼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이달 하순께부터는 투신권 등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규모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돼 증시 분위기를 달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재훈 연구원은 "지난 14일 옵션만기일을 거치면서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선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매수한 주식 잔고)가 8천8백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데다 내달 추석연휴 때문에 선물 9월물 만기일이 9월 11일에서 9일로 앞당겨져 플러스 0.3∼0.4의 베이시스에서도 적극적으로 매수차익거래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드만삭스와 삼성 대우 LG투자증권 등이 19일부터 4일간 공동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인 '뉴KELS'가 오는 26일부터 내달 8일까지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주식을 매수할 것으로 전망돼 이달 하순에는 대규모의 프로그램 매수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개인투자자 언제 돌아올까 문제는 개인투자자다. 개인의 증시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지난 11일 이후 나흘 연속 주식을 내다팔았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5일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뒤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9조6천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악화된 실물경제를 '몸으로' 느끼고 있는 개인으로서는 경기 호전이 뚜렷해진 이후에나 증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주가가 전고점이자 매물벽이 두터운 730선을 상향 돌파할 경우 지수의 상승탄력이 강해지면서 800선에 빠르게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개인의 증시 유입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