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립식품 창업주인 초당(草堂) 허창성 명예회장이 15일 오전 3시18분 서울아산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1920년 2월5일 황해도 옹진군 옹진읍 온천리에서 태어난 허 회장은 광복 직후인 45년 10월 서울 을지로에 삼립식품의 전신인 제과점 '상미당'을 설립, 60년 가까이 제과ㆍ제빵사업의 외길을 걸어 왔다. 사업초기 허 회장이 먹을게 부족했던 걸인들이나 시장의 노점상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준 일은 지금도 훈훈한 얘깃거리로 전해오고 있다. 허 회장은 49년엔 '무연탄 가마'를 손수 개발, 당시 제빵 생산에서 가장 큰 원가 부담이었던 연료비를 90%까지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원가 절감액을 다시 기술 개발에 재투자, 빵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업계 전체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고인이 삼립식품을 설립한 때는 68년 6월. 허 회장은 그후에도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국내 제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한때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80년 14회 조세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전신인 상미당을 기준으로 올해 창립 58주년을 맞은 삼립식품은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잇달아 탄생시켰다. 지금도 40~50대는 삼립호빵과 크림빵을, 20~30대는 누네띠네와 꾸시꾸쉬 브랜드를 잘 기억한다. 국내 제빵업체의 대명사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립식품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2002년 차남인 영인씨가 경영하는 태인샤니그룹에 인수된 뒤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태인샤니그룹 계열사로는 샤니,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이 있다.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는 각각 제빵과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유족은 부인 김순일씨와 장남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 차남 허영인 태인샤니그룹 회장 등 6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9일 오전 6시. 영결식은 19일 오전 9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의 삼립식품 본사. 장지는 경기도 이천시 선영이다. 3010-2270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