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정전사태로 기록될 14일의동북부와 중서부 지역 정전으로 인한 경제피해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일단 미국 8개주, 5천만명의 인구에 피해를 끼친 이번 정전이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라는 것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에 이번 사태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추산한 피해액은 수십억달러에서 수백억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번 정전사태가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것은아니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경제 컨설팅 업체인 앤더슨 경제그룹(AEG)은 이번 정전이 지역에 따라 1-3일간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근로자와 소비자, 기업이 입게될 직접 피해만 50억달러에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AEG의 추정 피해액 가운데 대부분인 40억달러는 기업들의 매출손실이며 나머지는 손상된 음식 등 기업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상품 손실액이다. 이 정도 피해라면 국내총생산(GDP)이 10조달러가 넘는 미국 경제규모를 감안할때 국가경제 전체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하루 250억-300억달러의 GDP 손실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는 이 경우 3.4분기 성장률이 약간 하향조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산업전반이나 주요 개별기업들에심각한 영향을 미칠 사건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사고에 가까운만큼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전지역의 자동차업체들과 정유업체, 화학업체 등이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거나 조업체 차질을 빚었고 항공업체와 통신업체 등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기업의 사례는 아직 나오지않고 있다. 정전이 하루 일과가 거의 마무리되는 때지만 대낮이어서 충분한 대비책을 세울수 있는 시간대에 발생해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일이테러와 관계없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투자은행 웰스 파고의 손성원 부사장은 "음식이 상하거나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저장했던 데이터가 손실되는 등 손실이 있겠지만 이런 손실의 대부분은 보충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정전사태의 일회적 성격이나 예상되는 피해규모 등을감안하면 겨울철의 큰 눈보라 정도에 비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뉴욕증시는 강보합세를 기록했고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경제에 대한우려는 반영되지 않아 금융시장이 정전사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음을 반증했다. 그러나 노던 트러스트의 아샤 뱅걸로어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 인터뷰에서 "다음주 월요일(18일)까지는 기업체들이 정상을 되찾고 도시기능이 일상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