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의 조정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주가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채권시장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시중자금이 주식과 채권을 외면한 채 대기성 예금에 몰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간접상품 시장에서는 이달 들어 11일까지 채권형 펀드에서 8천1백39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9백75억원에 불과했다.


고객예탁금 또한 11일 기준 9조7천1백96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4천7백62억원 줄어들었고 예탁금 회전율은 16.5%로 연일 감소하고 있다.


반면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시중은행의 요구불 예금은 늘고 있다.


특히 10일 이후 요구불 예금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 증시에서도 이달 들어 채권형 펀드 자금이 줄어드는 대신 MMF 설정액이 늘어나는 등 이른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재테크 수단별로 조정 국면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후 숨가쁘게 상승하던 주가는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조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재료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6월 말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국채 수익률도 지난주부터는 주춤해지고 있다.


단기간에 수익률이 너무 뛰었다는 경계심리에다 고용지표 불안 등으로 아직까지 경기 회복에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천1백8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추세가 약 한 달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재테크 시장의 관심은 이런 대기성 자금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채권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덤핑 현상을 우려해 채권시장으로부터 자금 이탈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은 일부 재건축,신학기를 앞둔 전세 수요와 같은 재료가 있는 부문을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어렵다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여러 요인 가운데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감안하면 정책 당국의 부동산 투기 억제 의지는 쉽게 꺾이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 어느 재테크 수단보다도 자금 유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경기 회복에 대해 투자자들의 확신이 서지 않아 조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현재로서는 미국 경기가 잠재 수준인 3%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4분기 기점인 10월 전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미 지난주부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보유를 다시 늘려 나가고 있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매수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어 주목된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1백80원 내외를 전후로 한 지금의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경제 여건과 자국 통화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엔·달러 환율이 이번주에도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내 외환 수급 면에서도 외국인 주식 자금 유입 등의 하락 요인이 다소 많아 보이지만 외환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가 강해 환율 추가 하락시 시장 개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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