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민영화가 미·캐나다 정전사태를 초래한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세계에서 민영화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시장의 미덕과 한계'라는 책을 쓴 로버트 커트너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전기는 일반재처럼 자유시장에 맡기면 가장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양이 공급되는 게 아니다"며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민영화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기는 대량으로 저장할 수 없는 속성 때문에 수요가 급증할 경우에도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시설과 송배전시설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또 수요 공급을 감안한 투자 계획이나 지역간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다 송배전시설도 끊임없이 향상시켜야만 원활한 전기 공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커트너는 1990년대 들어 전력 민영화가 이뤄지면서 이같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민영화에 화살을 던질 경우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며 민영화 반대론을 경계한 뒤 규제보다는 효율적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시장 자유화 논쟁은 독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프라운호퍼 자연과학기술연구소의 에너지 전문가 한스 울리히 슈미트는 전력시장 자유화로 기업들이 경쟁을 하면서 고장과 정전 예방기술이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너지 전문가 만프레드 피셰디크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 전력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력 예비율을 낮추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서유럽 통합 전력망 역시 북미주처럼 전력망 통제시스템이 일제히 잘못된 연쇄반응을 보일 수 있다면서 독일에서도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5~10년 안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도 노조의 반대는 물론 정부 부처간에도 입장조율에 실패,발전부문 민영화 작업이 사실상 유보된 상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