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시대의 선비 ..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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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lee@daewoo.com
예나 지금이나 무더위에는 장사가 없다지만,잠시나마 이를 잊는 방법으로 필자는 독서를 즐겨 한다.
이 중에서도 조선시대 25명의 선비들의 삶과 생각들을 이야기한 '우리선비'는 오래 전 접했지만,지금도 틈틈이 손에 잡히는 부분부터 다시 읽어보는 책이다.
나라가 어지러워지거나 국난을 맞았을 때는 나라의 등불이 되었고 평상시에는 사회의 양심이기도 했던 선비.
이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필자는 이른바 '선비정신'에서 한국적 리더십의 전형과 정도경영의 지침을 읽는다.
선비는 꼿꼿한 지조와 강인한 기개,그리고 청렴한 마음가짐을 목숨과도 바꿀 만큼 평생의 자세로 삼고 살았다.
대아(大我)를 위해 소아(小我)를 버릴 줄 알았고,무엇보다 정도(正道)의 실천을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웠던 선비의 정신은 오늘날 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리더들이 되돌아볼 만한 귀감이 된다.
사회에 대한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다양해져 가는 요즘,선비들이 보여준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정신은 기업인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하겠다.
아무리 건실하고 훌륭한 인재들이 모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정도를 걷겠다는 리더의 의지가 없다면 기업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리더의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의 공공정신이 없는 조직은 결국에는 그 사회가 필요치 않게 된다.
선비는 흔히 강직하면서도 부드럽고,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송죽(松竹)의 절개에 비유된다.
우리시대에 요구되는 훌륭한 리더의 자질도 이와 같아서,때로는 조직원에게 부드러운 인화(人和)를 발휘해 신뢰와 믿음을 주고,사회의 공공선(公共善)에 부합하는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 이를 몸소 실천하는 자세가 선비를 통해 배우게 되는 리더십이다.
기업의 이익은 물론이요,도덕적 경영의 실천을 통해 기업을 사회의 공기(公器)로 만들어 가야 하는 기업인에게 학문과 실천을 두루 겸비했던 선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로 다가온다.